음식, 환경, 유전, 그리고 질병

내 몸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내가 먹은 음식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평생동안 우리는 수백 톤의 음식을 먹게 되며 위장관으로 들어온 음식들은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 비타민, 미네랄 등으로 잘게 쪼개져 체내로 들어와 인체라는 거대한 공장을 구성하고 가동하는 원동력이 된다.

내 몸은 내가 먹은 음식으로 만들어진다. 각 영양소가 충분히 들어오지 못하면 세포라는 화학공장에 이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유전자에 영향을 주거나 유전자에 각인되어 후세로 전달된다.

유전자와 환경은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다.



[출처 : http://recamier.tistory.com]


과학은 우리의 유전자가 우리가 진화해왔던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오랫동안 우유를 마셔왔던 북유럽 사람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유를 소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는 유전-환경 상호작용의 결과다.

서구 사람들보다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비만이 적은 이유에 대해 나는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오면서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먹어왔기 때문에 서구 사람들보다 탄수화물 처리능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이 아닐까 추론해 본다. 여기에 설탕이나 정제한 흰밀가루 같은 식품을 서구 사람들보다 늦게 먹기 시작한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구석기 시대 원시인들도 과일이나 견과류로 탄수화물을 섭취했다. 하지만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온종일 걸어 다녔던 원시인들에 비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서 신체활동량을 크게 줄인 현대인들이 매끼니 밥, 빵, 면으로 탄수화물 처리시스템을 피곤하게 만드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절약 유전자

우리는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까? 먼 옛날 사냥을 나갔다가 아무런 수확없이 그냥 돌아오는 날이면 따다놓은 열매나 풀을 먹고 배고픔을 참아야 했다. 겨울철에는 열매나 풀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그냥 굶는 경우도 많았다. 농경사회에 진입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해 홍수나 가뭄으로 흉년이 되면 초목근피로 연명하거나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겼다. 용케 살아남은 사람들은 몸 속으로 들어오는 에너지를 가급적 비축해두려하고 철저하게 아껴써서 생존한 경우다. 이렇게 기아상태에서도 굶어죽지 않고 용케 살아남아 자손을 퍼뜨린 선조들의 후예가 바로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우리 몸에는 이러한 “절약 유전자” 가 있어서 여분의 에너지가 들어오면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기아상태에 대비하여 본능적으로 비축해두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지금은 단돈 천원만 있어도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는 시대다. 절약 유전자가 과거에는 생존에 도움이 되었을지 몰라도 현재에는 비만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세트포인트

물론 이러한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 이론대로라면 현대인들은 빠르게 비만해져야 한다. 하지만 21세기 ‘비만 유발 환경’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씬함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은 옛날 원시인류 시절부터 우리 몸의 체중이나 체지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조절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체지방을 한없이 잃게되면 질병에 걸리거나 자손을 퍼뜨릴 수 없게되며 기아상태에 닥쳤을 때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된다. 반대로 체지방이 계속 쌓이게 되면 몸이 둔해져 맹수의 공격이나 전쟁, 화재 등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희생될 위험이 크다.

체중이나 체지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것을 “세트포인트 이론”이라 한다.

우리 몸의 뇌에는 자신만의 체중조절점인 세트포인트가 정해져 있어서 마치 체온을 36.5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듯 체중도 굳이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먹지 않더라도 알아서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그림] 우리 몸의 에너지밸런스 변화.

우리 몸은 24시간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런데 에너지 섭취는 하루 세 번만 이루어진다. 식사를 하면 에너지밸런스는 (+) 방향으로 올라간다. 식사를 마치고 수저를 내려놓는 순간부터 에너지밸런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다음 끼니에 다시 식사를 하면 에너지 밸런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칼로리를 계산하지 않고 그냥 배고파서 먹고 배가 불러 수저를 내려 놓는 것 뿐인데도 내 체중은 놀라울 정도로 일정한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 체중조절점을 세트포인트라고 한다.

세트포인트는 평생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조절된다.

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구석기 시대 원시인류의 신체비만지수(BMI)는 17.5~21 정도로 지금과 비교해보면 마른 편에 속했다. 하지만 인류는 농경사회 이후 사나운 맹수의 공격에 희생될 위험이 없어졌고 따라서 세트포인트의 상한선이 없어졌다. 즉 환경 변화에 따라 세트포인트가 올라가 더 높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물론 농경사회에서도 세트포인트가 올라갈 수 있는 사람들은 음식을 제한없이 먹을 수 있고 농사를 짓지 않는 일부 귀족계층에 국한되었고 육체노동이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트포인트가 쉽게 올라가지 않았다. 정제가공식품이 넘쳐나고 신체활동량이 뚝 떨어진 40여년 사이에 세트포인트가 올라간 것이 바로 21세기 유행병인 비만의 원인인 것이다.........................







-이번주 수요일, 살빼고 싶다면? '원시인처럼 먹고 움직여라(4)'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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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0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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